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대로 올해 최저…정제마진도 8월 들어 다시 하락
OPEC+ 10월 예정됐던 증산 시점 두 달 연기에도 부정적 시선
2분기 이어 3분기도 적자 예상…글로벌 경기침체에 수익 개선 오리무중
글로벌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도 연이어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도 요원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73.43달러로 지난달 평균 77.60달러보다 4.1% 하락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2.14% 떨어진 67.67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71달러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 수요 위축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7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767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3만7000건이 줄어든 것으로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월 미국 실업률도 4.2%로 7월보다 0.1%포인트 내렸지만, 고용 수치가 악화됐다.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가 10월부터 예정됐던 증산 시점을 두 달 연기하기로 했지만 향후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유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달의 감산 연장이 유가를 얼마나 지지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유가 약세는 공급보다 수요 약세 영향이 더 크며 주요 회원국들의 실제 감산 역시 타이트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유 재고분의 평가가치에 손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할 때까지 3~4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비싸게 구매한 원유를 싼 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여기에 정유업계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도 하락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6.5달러로 3주 연속 하락했다. 8월 초 8.9달러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을 이어갔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원유를정제 후 원료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가격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악재가 겹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계절적 수요 증가 영향으로 3분기에는 실적 회복을 기대했지만,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고 정제마진 역시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겨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분기 정유 시장이 여름 성수기 기간 중 이동용 연료 수요 중심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제마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장기간 불황으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세에 기대와 다른 실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보통 3분기는 드라이빙 시즌으로 업계 내에선 성수기로 분류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을 참고해도 정제마진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세와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되면서 3분기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세에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된다”며 “정제마진의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유 부문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