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100개 기업 대상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
강화되는 그린워싱 규제…국내 그린워싱 위반 2년 새 18배↑
응답기업 45% "그린워싱 잘 몰라"…상세 가이드라인·지침 부족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결과,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결과,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9일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응답한 국내 기업들은 그린워싱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응 체계도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 점점 강화되고 있는 그린워싱 규제

국내 그린워싱 사례 적발 수. (자료=환경부)/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그린워싱 사례 적발 수. (자료=환경부)/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워싱은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이 결합된 단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친환경처럼 표현하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일컫는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위험이 큰 행위로, 세계 주요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그린워싱를 위해 ‘친환경 표시지침 도입’에 합의했다. 이는 제품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은 물론 내구성 등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친환경’·‘자연적’·‘생분해’·‘에코’ 등의 표현은 실제 환경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근거 등 증거 없이 기재할 수 없다. EU의 친환경 표시지침 도입은 내년 9월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 역시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가 1992년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그린 가이드(Green Guides)’를 발표한 뒤 지속 개정하며, 모든 환경 마케팅이 왜곡되지 않도록 기준과 원칙을 마련·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그린워싱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의 제품·광고 등이 그린워싱으로 적발될 경우 허위 홍보 비용의 80%까지 벌금으로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은 2022년부터 소비자법을 적용해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를 기만할 경우, 기업 대표자에게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을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기업, 그린워싱 인지도 및 대응 체계 미흡…"실질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그린워싱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 (자료=대한상공회의소)/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워싱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 (자료=대한상공회의소)/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처럼 그린워싱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대한상의가 국내 기업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해 ‘매우 잘 안다’는 답변은 10%, ‘어느 정도 안다’는 26%, ‘보통’은 19%, ‘잘 모른다’는 43%, ‘전혀 모른다’는 2%로 나타났다. 그린워싱에 대해 들어봤지만 구체적인 그린워싱 규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절반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또 국내에서 시행 중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았고, ‘두 가지 규정 모두 알고 있다(24.0%)’, ‘환경부 고시만 알고 있다(19.0%)’, ‘공정위 지침만 알고 있다(0.0%)’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그린워싱 규정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와 궤를 함께한다.

대응 수준도 전반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들의 36.0%가 자사의 그린워싱 대응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 8.0%의 기업은 ‘매우 낮다’고 응답했다. 대응 수준이 높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보통(31.0%)’, ‘높음(21.0%)’, ‘매우 높음(4.0%)’이었다.

또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1.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담부서‧인력을 ‘두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5.0%, ‘둘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4.0%에 불과했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의 경우에도 절반에 가까운 48.0%의 기업이 ‘구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전담부서 부재(31.3%)', ‘경영진의 인식 부족(25.0%)', ‘내부 전문인력 부족(22.9%)', ‘비용 및 자원제한(20.8%)' 등의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어떤 조치들을 시행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는 ‘별도 대응 계획 없다(41.0%)’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임직원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교육 시행(33.0%)’, ‘그린워싱 진단/평가/컨설팅 시행(31.0%)’ 등의 순이었다. ‘그린워싱 전담 조직 또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응답은 16.0%에 불과했다.

한편, 응답 기업들은 그린워싱 대응 관련 애로사항으로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부족(59.0%)’을 꼽았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구체적 사례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응답이다. 이어 ‘그린워싱 여부를 판별할 검증체계 부재(36.0%)’, ‘내부인력 부족(33.0%)', '경영진 및 현업부서 관심 부족(22.0%)’, ‘과도한 대응 비용 부담(20.0%)’ 등이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응답 기업들은 정책 과제로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제공이 필요하다(65.0%)’고 입을 모았으며,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하다(90.0%)’고 응답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외에서 강화되고 있는 그린워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및 산업 전반의 공동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대외 홍보를 강화해 기업이 알기 쉽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기업들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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